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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생활

최근에 느꼈던 감정들(faet. 계약직 권고사직, 직장스트레스, 상사)

by 모어댄 2024.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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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정리해본다.

 

1. 과거에 나는 계약 연장을 앞둔 하루 전에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회사에서 긴축재정에 들어갔는 얘기는 들었지만, 나의 고용형태는 무기계약직 같은 방식으로 매년 연장되는 방식이라고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잘릴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2. 근데, 재무 관련 부서에서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계약 연장을 앞둔 하루 전에 계약만료 공문을 전달받았다. 그때 나는 내 업무가 매우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했었고, 그래서 이렇게 갑자기 몇 년 넘게 일했던 직원을 잘라버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그 일처리 방식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고 분노했다.

3. 근데 이제는 내가 그들의 입장이 되었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내가 막상 그들의 입장이 되니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왜 그들이 급박하게 계약만료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내가 하는 업무를 대체 가능하다고 판단했는지 지금 일을 하면서 모두 이해를 할 수 있었다.

4. 요즘 상황이 좋지 않아 인건비 예산이 많이 삭감되었다. 특히 불필요한 계약직 인력 예산이 많이 삭감되었다. 과거의 나처럼 같은 회사에서 계약을 계속 연장해서 실질적으로는 회사 재직기간이 2년 이상이 된 분들도 있다. 

5. 그들은 아마 과거의 나처럼 본인들의 일자리가 내년에 없어진다는 사실을 모를 것이다. 아직 통보 전이기 때문이다. 

6.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일도 많이 없는데 그렇게 많은 인력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냉정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과거의 나는 굉장히 감정적으로 행동했는데, 이제는 많이 이성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


7.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사와의 불화로 퇴사를 고민했었다가 요즘은 다시 열심히 일하는 모드가 되었다.

8. 그 이유는 하나였다. '이 상사에게 배울 점이 있다'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9. 물론 인성적인 면에서는 배우고 싶지 않지만, 이 사람의 실력 하나만큼은 굉장히 뛰어나다.

10. 사람은 가장 멋있어 보일 때가 자기 분야에 대해 막힘없이 줄줄 얘기할 때다. 상사가 그랬다.

11.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 밑에 있다는 점은 큰 행운이다. 그 뒤로 상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12. 과거에 나를 돌아보면 굉장히 무책임했던 것 같다.

13.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상사 때문에 번아웃이 왔고, 내가 무언가 업무처리를 하더라도 위에서 모두 바꿔버리기 때문에 대충 일하기 시작했다. 상사는 무성의하게 일하는 내 태도에 화가 났을 것이다.

14. 어느 날 상사 입장에서 생각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태도를 달리 먹었다.

15. 예전에는 '어차피 틀린 부분 있으면 상사가 고쳐주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작성한 자료를 대표한테 설명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내가 이 자료를 직접 대표한테 설명해 준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만든다. 그럼 계속 꼼꼼하게 수정하게 된다. 더 완벽한 자료를 만들게 된다.

16. 상사는 자료 하나에 엄청난 정성을 쏟는다. 마치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트리플스타처럼 자료를 마이크로 단위로 쪼개서 검토한다. 처음에는 굳이 그렇게 일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을 대하는 태도가 결국 인생에도 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17. 최근 계약직으로 입사한 분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18. 그분은 자격지심이 있었고, 만날 때마다 퉁명스럽게 불만을 얘기했다.  과거에 본인이 계약직으로 있었던 회사를 욕했다. 계약직으로 오래 일한 것에 불만이 있어 보였다.

19. 그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거울치료가 되더라. 그리고 많이 반성하게 되더라. 그때 나는 정말 성숙하지 못했구나. 그때 나도 저런 모습이었겠지. 과거 성찰을 하게 되었다.

20. 회사에서 잘리고 나서 한동안 나도 회사 욕을 많이 하고 다녔다. 그때는 '회사에서는 왜 나를 몰라줄까. 왜 나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않는 걸까'라는 불만이 있었다. 근데 힘들게 공채 과정을 거쳐 정규직이 되어보니 알겠다. 나는 굉장히 부족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21. 정규직은 계속 떨어지고 계약직만 전전하고 다닌다면 한번 냉정하게 본인을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자격지심을 가질수록 갖고 싶은 것에서 더 멀어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22. 최근에 예전 직장 상사분을 10년 만에 만났다. 파견사원이었을 때 정규직 전환 추천서를 써줬던 상사분이다. 잊고 지고 있었는데 내 경조사를 챙겨주셔서 너무 놀랐다. 퇴사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렇게 챙겨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감사한 한 마음에 선물과 정성스러운 편지를 써서 드렸다. 꼭 감사의 편지를 쓰고 싶었다.

23. 비록 정규직 전환이 되진 못했지만, 그분께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3장이 넘는 추천서를 흔쾌히 써주셨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 상사 분이 그렇게까지 추천서를 써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는 그냥 기록용으로 추천서를 복사, 스캔해 두고 잊고 지냈다.

24. 상사의 노력에도 나는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고 회사를 나왔고  공부를 시작했다. 퇴사할 때 상사분 앞에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25. 공부를 마치고 약 2년간 취업 준비에 올인했다. 그런데도 계속 서류와 필기에서 탈락해서 취업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이미 내가 지원한 곳은 100곳이 넘었는데 면접은 고작 1~2번 정도밖에 못 갔었고, 그마저도 불합격 통보를 받았었다.  그때 파일을 정리하다가 잊고 있었던 상사의 추천서를 발견해서 읽었다.

26. 그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나를 이렇게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데 포기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이를 악물고 취업준비를 해서 정규직 취업에 성공했다.

27. 그 추천서를 볼 때마다 울어서 잘 열어보진 않는데, 기억상 그때 상사의 추천서에 내가 지금 하는 일 보다  더 큰 일을 하게 될 사람이라는 말이 쓰여있었던 것 같다. 

28. 더 큰 사람이 되진 못했지만, 그래도 과거에 내가 했던 단순업무보다 더 전문적인 업무를 하고 있고 그때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29. 그래서 상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10년 전 추천서를 써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성장했다고. 너무 감사드린다고.

30. 10년 만에 본 상사분이 엄청 환하게 인사하며 반겨주셨고 과거에 일했던 곳 주변을 둘러봤다. 10년 전엔 울면서 회사를 나왔던 내가, 10년 후에는 웃으면서 이곳을 구경하고 있어 내가 많이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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