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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생활

파견사원 시절의 이야기(feat. 나는솔로)

by 모어댄 2025.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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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는솔로 방송에서 나온 한 출연자가 대기업에 다닌다고 자기소개를 했는데,

사실 알고보니 대기업 소속이 아닌 파견회사 소속이라는 이야기가 익명 커뮤니티에서 시끌시끌하다.

팩트이긴 하지만 씁쓸한 마음도 있다.

지금 돌아보니 나도 파견사원이었지만 좋은 기업에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다녔던 기억이 있다. 

사회초년생 때는 한창 뽕에 차올라 다녔지만, 시간이 지나 그 행동들이 다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어떤 회사는 파견직은 사원증 목걸이 색상을 다르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데, 내가 다녔던 곳은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다만, 급여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정규직 보다 더 일을 많이 하는데도 정규직과 급여가 2-3배 차이 났다. 정규직 직원분은 본인도 원래 알바로 들어왔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취업이 어렵지 않아서 알바 끝나면 자연스럽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내가 파견사원으로 입사했던 시기부터 정규직 공채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거의 1년에 1~2번 정도로 찔끔찔끔 채용을 했다.

그래서 4-50대 정규직들과 2030세대 비정규직과의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4-50대 정규직들은 아무래도 2030 세대보다 경쟁률이 낮은 상태에서 회사를 들어왔기 때문에 엑셀을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 그 나머지 일들은 2030 계약직들이 한다. 

파견사원은 보통 1년 단위로 최장 2년까지 계약을 할 수 있다. 나처럼 운 좋게 자체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1% 정도이다. 

파견사원에서 자체 계약직으로 전환될 때는 부서장과 책임자급의 추천서가 필요했는데, 내 이후로 들어온 직원들은 

파견사원 2년 끝나면 거의 자연스럽게 자체계약직 2년 이렇게 하고 계약만료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는 그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긴하다.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1명은 내가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으로 그만두게 되었을 때 뒤에서 실실 웃던 기억이 났는데, 이제 본인도 그런 상황에 처할 것 같자 퇴사한 나한테 전화해서 취업상담을 부탁했다.

그 친구는 상사가 소개해준 A회사로 가는 걸 고민했는데, 나는 말렸다.

파견직-계약직 끝나면 거쳐가는 곳인데 어차피 거기서 일해도 발전이 없으니까 아얘 다른 분야로 가라고 조언했다.

그때 나를 뒷담했던 건 기분이 나빴지만 그 친구 인생을 생각해서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다. 근데 그 친구는 내 조언과 다르게 편한 길을 택했다. 결국 A회사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리고 몇 개월 안에 퇴사를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파견직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많은데, 아마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도 있다.

상습적인 지각, 무단퇴사(점심 이후에 갑자기 사라지고 연락두절), 잦은 거짓말, 상습적 뒷담과 따돌림하는 인간들

내가 파견직으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동료들의 유형이다.

물론 '정규직은 다 괜찮다?' 그건 절대 아니다. 지금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시험과 면접 잘보는 것과 인성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근데, 사람들이 파견직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럼 모두가 다 저랬냐? 

거의 그랬다.

근데, 그 중에 소수는 안 그랬다.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다 비슷한 게, '저 사람은 파견직인데 예의 바르고 싹싹하고 일도 잘하네'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바로 자체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일이 잘 풀려서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이직했다.

파견사원 출신이 정규직이 되는 건 계약직 보다 더 힘들기 때문에 피 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파견사원으로 첫 취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첫 단추가 생각보다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첫 시작을 정규직으로 시작하면 보통 정규직으로 이직을 하고, 설령 계약직으로 이직하더라도 예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있었기 때문에 무시하지 않는다.

전 직장동료가 그랬다. 정규직으로 근무하다가 힘들어서 내가 있는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왔는데, 나중에 회사가 힘들어져 인력을 2명에서 1명으로 줄여야 했을 때 정규직 경력인 분만 계약 연장이 되고 나는 탈락했다.

그래서 사회초년생들 중에 취업이 너무 안돼서 파견직으로 가려고 하는 분이 있다면 진짜 말리고 싶다.

겉으로 보면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빨리 가는 것 같지만,

빙빙 돌아가는 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곳을 빠져나올 수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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