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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가 뜨는 이유(feat. 버티는 자가 승리한다)

by 모어댄 2021.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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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돌 가수와, 그리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후렴구,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모습이 그닥 좋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근데, 최근에 그 선입견을 깨는 일이 생겼다.

처음에는 브레이브 걸스의 노래가 역주행한다는 얘기를 듣고, '브레이브 걸스가 누구야?'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근데 브레이브걸스의 짠한 사연을 듣고 이런 걸그룹도 있었네!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브레이브 걸스가 6년차 걸그룹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평균나이가 30대라는 것에 또 한번 놀랐고, 해체 직전에 차트 역주행으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는 사실에 거듭 놀랐다.

이들의 영상을 보는데, 과거에 내가 취업 준비했을 때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버텼을지 너무 와닿았기 때문이다.

걸그룹의 수명이 짧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30대가 된 걸그룹을 찾기가 힘들고, 대부분은 해체를 한다. 브레이브걸스는 6년차 걸그룹이었지만, 그동안 크게 뜨지 못했다. 마지막 앨범이라고 3년 넘게 준비해서 낸 '운전만해'도 큰 히트를 치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해체 분위기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운전만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저 사랑이 식은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뮤비를 보면 사랑내용 같지가 않았기 때문에.

최고의 가수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쏟아부을 희망도 없으니 서로 어색한 사이, 말 없는 사이가 되었을 것이고, 멤버들끼리 이제 우리가 더이상 남아있을 자리가 없다는 걸 아는 느낌. 끝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와닿아서 가끔 노래를 들을 때마다 씁씁해지곤한다.

뮤비에서 1위후보가 되었고, 1위로 마무리하지만 얼굴은 웃지 않는 모습. 이 모든 것이 환상이고, 결국 이룰 수 없는 목표로 끝이 날 것임을 알리는 것 같았다. 화면은 어두워지고 이내 빈 차만 남아있다. 마치 브레이브걸스의 마지막을 알리는 듯한 뮤비였다. 만약, 역주행을 하지 않았다면 이 뮤비를 끝으로 정말 마지막이 되었을 그룹. 

근데, 지금 이들은 보란듯이 역주행으로 인기가요에서 1위까지 했다. 이러한 그들의 스토리가 마치 내 과거의 모습과 비슷해서 계속해서 찾아보게 된다.

브레이브걸스가 6년동안 암흑기를 거쳤을 때, 나 또한 암흑기를 보냈다. 

내가 그동안 한 일이 아무 의미없이 느껴졌었다. 20만원 넘게 취업 교재를 샀고, 자격증 응시료에만 거의 100만원을 썼지만 늘 최종합격까지 가지 못했다. 그렇게 거의 2년을 준비했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판단해서 취업을 접으려고 했다.

근데, 브레이브걸스의 노래가 역주행한 것처럼 내 인생도 한 순간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정말 취업을 접을 생각을 했고 전문직 시험으로 들어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연말이 되었고, 나는 이제 학원 인터넷 강의 결제를 앞두고 있었다. 전문직 시험 수강료만 몇백만원이 들기 때문에,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솔직히 이 길을 간다고 해도 내가 합격할 지 장담할 수 없었다. 취업이 되지 않으니, 다들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기에 경쟁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계속 결제를 고민하는 순간, 연말에 그렇게 기적과 같은 추가합격통지를 받았고, 내가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정규직으로 첫 취업을 하게 되었다.

90년대를 살았던 세대들은 모두 브레이브 걸스가 처한 상황에 공감할 것이다.

가장 경쟁이 심한 세대에 태어나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성과를 얻기 힘든 세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쉽게 할 수 없는 세대. 

제대로 된 직장 하나도 얻기 힘든 세대.

브레이브걸스가 흥하는 이유는 그들이 6년동안 느꼈을 우울감과 박탈감, 외로움들을 우리도 같이 지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 노력에 대해 박수쳐주는 사람이 없고, 봐주는 사람조차 없을 때도 나 자신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나는 조금이라도 버티라고 하고싶다. (물론 본인만의 마지노선을 정해두길 바란다!)결국 버티는 자가 최종승리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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