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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생활

01화. 취업이후를 논하다 feat. 입사 2일차에 퇴사결심

by 모어댄 2020.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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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2일 차에 퇴사를 생각했다

이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취업만 된다면 정말 불만 없이 감사하게 다니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취업에 성공했을 때, 드디어 정규직이 되었을 때, 기뻤다. 계약직으로만 일하다가 첫 정규직이 된 회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마침 연말에 합격 통보를 받게 되어, 나는 그동안 잘 사지도 않았던 캘린더와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그렇게 부푼 마음을 안고 첫 출근을 했다. 

그렇게 첫 입사를 했는데, 나에게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업무를 며칠 만에 끝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입사 2일 차에 나는 울었고, 퇴사를 결심했다. 출퇴근을 할 때 나는 늘 버스에서 답답하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공황장애 비슷한 증상이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바로 퇴사를 할 순 없었다.

왜냐면, 구내식당 식권 5장을 사두었기 때문이다. (아주 단순한 이유)

"그래, 이 식권 5장만 다 쓰고 퇴사하자" 라는 마음으로 5일을 버텼다. 그런데, 5일이 지나고 어느 순간 10장의 식권을 사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게 10일의 시간이 지났다. 중간중간 퇴사를 하고 싶을 때마다

"그래, 이번엔 정말 이 10장만 다 쓰고 퇴사하자" 라는 마음으로 10일을 버텼고, 그렇게 나는 8개월 차 신입사원이 되었다.

한 달 동안 눈앞이 캄캄했다. 솔직히 지금도 가끔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일이 끊임없이 몰려오고, 가끔 사이코 같은 사람들의 민원 전화를 받으면 화가 치솟을 때도 있고, 증발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냥 아마존 밀림에 혼자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다. 나는 베어 그릴스 이 아닌데,,

주변에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고, 타 부서엔 처음 들어온 사람한테 괜히 텃세를 부리듯이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입사원은 새우처럼 늘 굽은 등으로 고개를 숙이며 다녀야 한다. 너무 안다고 나대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렇다고 말을 너무 안 해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딱 적당히 나를 숨길 줄 알고 일을 잘하는 방법을 빨리 터득해야 한다.

그때부터 나는 철저히 이성적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나는 일을 할 때마다 '나는 일로봇이다'라고 자기 암시를 걸었다. 누군가 나에게 짜증을 내도 그냥 무덤덤하게 대했다. 이전 직장에서 나는 너무나 감정적으로 사람을 대하다 보니, 사람에게 실망하고 거기서 오는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감정을 지나치게 소비하면, 번아웃이 빨리온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감정적으로 대하더라도, 그냥 네----- 이런 식으로 단조롭게 대답하고, 친절하게 응대를 했다. 예전에는 누가 실수하면 화내고, 무시하곤 했는데 취업을 하도 오래 준비하다 보니 사람이 참 겸손해졌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지니, 사람들을 대할 때도 좀 더 관대하게 대할 수 있었다.

아무튼 입사 2일차 퇴사를 결심했지만,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가끔 며칠 다니다가 퇴사를 하시는 분들을 보게 된다.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정말 힘들겠지만 나처럼 딱 3번만 참고 한 달 이상은 다녀보자. 대신 정말 아니다 싶으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퇴사 후 재취업 준비는 추천하지 않는다. 버티면서 이직 준비를 권한다. 왜냐면, 지금 생각보다 채용문이 좁아져서 퇴사했다가 밥을 굶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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