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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생활

인정욕구 강하고 열등감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하면 피곤해지는 이유

by 모어댄 2024.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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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나는 인정욕구가 정말 강한 사람이었다.
인간관계 보다는 일을 잘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서 점심 때 밥도 안먹고 계속 일만 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직장사람들과의 별다른 교류도 하지 않았다.

회사에 승진을 못하고 있던 선임 몇명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나에게 왜이렇게 열심히 하냐고 비아냥 거리면서 회사에 대한 불만을 엄청 쏟아냈다.  그래서 부정적인 에너지가 쉽게 전염될까봐 일부로 가까이 하지 않았다.

그때는 오랜 기간 취업을 준비하고 나서 들어간 회사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인정 받고 싶었고, 일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자존심이 무척 상했다.

그렇게 일에 몰입한 덕분에 기본을 쌓을 수 있었고, 아주 빠른 성장을 했다.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상사에게 나름 신뢰를 얻기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상사도 나처럼 인정욕구가 강하고 열등감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어느날 상사의 학력을 보게 되었는데, 다른 상사들보다 학력이 좋지 못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좋지 못한 학력이 콤플렉스여서 그 콤플렉스를 숨기려고 남들보다 열심히 일을 했었는데, 상사도 나와 같은 상황인 것 같아서 약간의 동질감이 들었다.

그동안 나는 내가 일에 열정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걸 나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사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사는 이 방식이 과연 맞는 방식인 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일에 열정적인 부분은 좋았지만, 상사는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너무 심해서 부하 직원들을 괴롭힌다는 것이 문제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관리자가 되었을 때 상사처럼 똑같이 행동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워졌다.

윗사람에게 혼나거나 본인 기분이 좋지 않으면, 돌아가면서 부하 직원들을 불러서 큰 소리로 면박을 준다.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은 연장자라도 대놓고 면박을 준다.
그렇게 행동하다보니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고 다 퇴사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분은 아니었다고 한다. 근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관리자가 되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본인이 틀렸다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본인이 실수한 부분을 들킬까봐 부하직원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부하 직원들에게는 공정을 운운하면서, 본인은 정작 상사가 지시한 불공정한 일을 실행에 옮긴다.

이런 일들을 계속 관찰하면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고, 나의 미래와 상사의 미래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더 이상 일을 열심히 하기 싫어졌다.

나는 왜 열심히 일했을까?

처음에 열심히 한 이유는 인정욕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근데, 지금은 내가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를 못 찾겠다.

그렇게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회사는 나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고,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실수를 하면 그냥 넘어가는 일도, 내가 실수하면 '너가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어?' 라고 핀잔을 준다.

부하들이 쉬는 걸 못 참는다. 일을 끝내놓으면 또 다른 일을 준다. 모든 것을 본인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일을 다 쥐고 있으면서 부하직원들이 실수하면 무능력하다고 핀잔준다.

본인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가장 최선의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모든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도 이렇게 생각하곤 했었다.

나는 왜 이 회사로 오게 되었을까. 하느님께서 내게 나 자신을 알라고 이곳으로 날 보내주신걸까.

요즘 이런 생각이 든다.

상사의 행동을 보면서 '예전에 내가 저렇게 행동했을 때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했겠지?' 라는 생각.

너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있으니 쉴 수도 없고, 여유도 없어지는 그런 상황.
오히려 내가 열심히 하니 그 다음 사람은 더 열심히 해야하는 악조건의 상황을 그동안 내가 만들고 있었던 게 아닐까.

선한 의지로 시작했지만, 열심히 해서 적당히 해도 되는 일까지 모두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하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린 나의 행동이 후회스럽다.

이제 나는 무얼 더 열심히 해야 할지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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