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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기/사적공간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고용 문제에 대한 MZ세대의 생각(feat. 계약직만 6년)

by 모어댄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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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 노조 파업 멈춰달라"…건보공단 이사장 단식 돌입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고객센터 노조 파업과 관련해 14일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중단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조는 직고용을 요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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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스 기사에 이런 게 떴다. 내가 한창 건보를 준비할 때도 콜센터 직고 용한다는 기사가 떴었는데, 익명 앱에서 어떤 건보 직원분이 건보가 콜센터 직원들을 정규직 전환을 해줄 예정이니 건보 공채로 들어오는 거보다 콜센터에서 일하면 정규직이 더 빨리될 수 있다고 했다. 그때 건보에 너무나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에 잠깐 콜센터로 갈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공채로 들어가려고 모든 걸 다 버리고 시험 하나에만 올인하고 있는데, 취업시장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가뜩이나 취업문도 좁아졌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건보는 서류 붙기도 어렵고, 시험도 한 문제 차이로 합, 불이 갈리는데 본인들도 그럼 공채로 당당하게 들어오면 되는 거 아닌가? 가산점도 준다는데...

그때, 사람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맞다. 나도 한때는 이들처럼 파견회사에서, 그리고 계약직 신분으로 6년 넘게 일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외쳤었지. 회사에서는 정규직보다 더 야근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왜 나는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걸까. 왜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는 걸까. 그런 고민을 했었다. 남들이 보기에 내가 하는 일이 쉬워 보일 수 있어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할 수 있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 안 중요한 일이 없다.

예전에 학교에서 조교로 전화받는 일을 한 경험이 있다. 전화 받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최근에 유 퀴즈에 콜센터 직원분 인터뷰한 영상을 봤는데, 나도 같이 울컥했다. 전화를 받아주는 거 엄청난 감정노동이다. 쉽지 않다. 특히나 건보면 더 심할 거라 생각한다. 2006년도부터 고객센터가 민간에 넘어간 것 같은데, 왜 민간에 넘어갔는지 그 이유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여러 기사를 읽어보니, 직고용이 필요한 이유가 1)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데 민간업체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  2) 민원상담창구 같이 힘든 업무를 민간업체에 떠넘기는 문제 등이 있다고 한다.

내가 했던 일도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는 곳이었는데, 파견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았다. 근데, 정규직 직원들도 정보보안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어서, 파견사원이 타인의 개인정보를 봐도 아무런 통제를 하지 않았다. 정말 나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개인정보로 사고를 칠 수 있는 그런 환경이었다. 그런데도 계속 파견직을 쓰고 있었다. 그 이유는 그 일자리 자체가 정규직을 뽑기에는 너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그렇게 정규직 전환을 해주면 나중에 태도가 변한다고 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몇 명의 상사들도 처음에 아르바이트로 왔다가 얼떨결에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취업이 아주 잘되던 시기였기에, MZ세대는 꿈도 못 꾸는 상황임) 근데, 그분들을 보면서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그렇게 운 좋게 된 사람들은 그걸 운이라기보다는 본인의 실력이라고 믿는 경우가 있고, 쉽게 정규직이 된 만큼 자기 계발을 잘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래서 그렇게 고용된 사람들은 단순 업무밖에 못하니 팀을 옮기고 싶어도 여러 팀에서 거절하게 되고, 결국 고인물이 되어 한 곳에만 근무하다가 변화하는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하게 된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하청업체 직원들이 직고용해달라고 시위한 적이 있었다. 힘든 일은 하청이 다 떠맡고, 성과는 정규직만 나눠 갖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원래는 직고용을 해야 정상인 거다. 이건 개선해야 한다 정말. 나는 그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도 그런 억울한 마음이 들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업체가 아웃소싱 업체다. 말 그대로 직원들을 해당 회사에 파견해서 수수료 형식으로 직원 월급의 몇 프로를 떼 가는 방식이고, 2년 쓰고 버려진다. 그럼 그 2년 파견 경력으로 다른 곳을 갈 수 있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절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파견 경력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특히 공채로 정규직 지원을 할 때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차라리 그냥 직고용 계약직 경력만 쓰는 게 오히려 더 낫다. 많은 면접을 보면서 면접관들의 편견에 질려버렸고, 결국 파견직 경력을 아얘 쓰지 않게 되었다. 

정규직들은  계약직들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고, 더 많은 월급과 대우를 받는 걸 당연한 권리로 생각한다. 왜냐면 공정한 절차를 거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채용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계약직이었을 때, 정규직의 그런 태도가 이해가 안갔었는데, 거의 2년 가까이 모든 걸 버리고 취업준비만 하면서 공채로 정규직이 되고 보니 알겠다.

왜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지.

첫째, 이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취업문이 좁다. 많이 좁아졌다. 지금도 취준생들은 잠 줄여가며 NCS 공부하고, 자소서 쓰고, 면접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직고용을 한다면 수많은 취준생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건보 콜센터에 근무하면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건보에서 가산점 꽤 크다. 건보 계약직으로 가산점 얻어서 공채에 합격한 사람들도 꽤 있을 텐데 그럼 그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걸까? 정말 공정한 경쟁을 하고 싶다면, 시험에 응시해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합격해라. 아마, 합격을 위해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다. (나처럼) 취업 준비생들이랑 같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조금이라도 그들의 입장이 되어봤으면 좋겠다. 취업준비생들은 무슨 죄인가.

둘째, 결국 지금 힘든 업무들은 기존의 정규직들이 떠앉을 가능성이 높다.

정규직이 되고보니, 정규직들에게 불합리한 점이 참 많이 보인다. 오히려 다시 계약직이 되고 싶을 만큼. 계약직이 갑자기 그만두거나, 무기계약 인력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면 결국 그 남은 업무는 공채로 들어온 정규직들의 몫이 된다.(경험담) 정규직인데 계약직에게 일 떠넘기지 않는 한, 확실히 정규직들이 하는 업무가 더 많고 어려운건 인정해야 한다. 그냥 겉으로 봤을 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는데, 정규직이 되면 신경 쓸 일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약직들은 2년 하고 그만 두면 끝이지만, 정규직은 그 뒤처리를 계속해야 하고, 나중에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 창피하지만, 계약직이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리고 겉으로 돌아가는 업무들만 보면서 내가 다 할 수 있는 업무라고 자만했다. 그때 처리했던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정규직이 되어보니 정규직은 그 책임감의 몇 배가 되는 일을 해내야 했다. 부담감으로 잠 못 이루는 날, 울면서 일했던 적도 있었다.(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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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들 나름대로 힘든 사항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근데, 이렇게 협의가 아닌 파업을 통해 억지로 직고용 하는 건 나중에 더 큰 부담감을 안겨줄 것이고, 서로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건보 재정지수를 보면,, 앞으로의 대한민국 건강보험 재정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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