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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생활

계약직 연장, 과연 좋은 일일까?

by 모어댄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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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직에서 계약직이 되었을 때, 그리고 그 계약직이 계속 연장되었을 때 나는 이것만큼 좋은 선택지는 없을 거라고 자부했다. 원래는 정규직 전환을 요청했으나, 결국 정규직 티오가 아닌 계약직 티오가 생겼다. 그래도 나는 정규직으로 가기위해 한 계단을 더 올라가는 느낌이어서 기분 좋게 다시 계약직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때 나는 몰랐다. 내 인생이 어둠 속으로 들어가고있음을.

그레이트 블루홀의 깊은 곳을 탐사하다 사망한 다이버 유리 립스키처럼 내 인생도 계약직이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홀에 갇힌 순간이었다.

처음 파견직에서 계약직 전환이 되었을 때, 파견직 관리자는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정말 일을 잘했나 보네요. 여기서 이렇게 전환되는 경우가 드문데.. '
그렇게 나는 내실력을 인정받은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나는 정규직이 되고 싶은 게 최종 목표였기에 그 기쁨을 감췄다.

그렇게 대기업의 직속 계약직이 되었다.
하지만 월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최저임금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수준. 일반 계약직보다 못한 수준이었다.

부서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러나 내가 다녔던 대기업은 사람의 열정보다는 출신을 따진다는 것을, 부모의 재력을 본다는 것을, 결국 내가 있을 자리는 없다는 것을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의 순수한 열정을 이용한 것 같다는 생각에 불쾌했다.

파견사원, 전문대 출신, 계약직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나의 발목을 잡았다.

정규직에 지원해도 서류부터 탈락했다. 억울했었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회사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이 일에 관련도 없는 비전공자들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물론 나중엔 내 부족한 실력과 남루한 스펙 때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만.

이때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했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아니다. 그러지 않은 것이다.
편했다. 익숙해서 좋았다. 복지를 누리는 삶이 좋았고, 무엇보다 대기업 소속으로 당당하게 어깨 피면서 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회사에 바쳤다. 그 결과는 너무 잔혹했다.

그때 나는 빨리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야 했지만, 늦었다고 생각했다. 매일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한순간 결정적인 계기가 생겼다.
회식자리에서 어느 상사분이 나에게 학벌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봤다. 그때 나는 식은땀이 났고,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의 창피함을 느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 있는 애들 중에 한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준다고 말했다. 마치 본인한테 모든 인사권이 있다는 듯이 잘 보여야 할 거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비웃음만 나온다.

사실 그 사람에겐 인사권이 없었다. 오직 본인의 권력으로 모든 걸 주무르려는 사람이었다. 이것은 희망고문이었다.

결국 우리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권고사직을 당한 날에도 모른척했다. 애초에 조금이라도 기대했던 내 잘못이었다. 

그렇게 계약기간이 끝나고 그만두고 나서도 회사에서는 선심 쓰듯이 질 떨어지는 일자리를 계속해서 제안했다.

'당신네 자식들한테도 이런 일자리를 권하고 싶나요?'라고 묻고 싶었다.

물론 정말 좋은 분들도 많았다. 내가 기존에 받았던 연봉보다 높은 연봉을 준다는 분도 있었다. 그러나,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더 이상 그곳에 내 소중한 시간을 바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Plan B를 바로 실행했다. 내게는 그 방법밖에 없었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다. 배우고 싶었다. 분명 내가 모르는 세상이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에서 계약직 연장 제안을 받았다면, 아래와 같은 고려를 해보라.

첫째, 계약직 연장 후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것인지 알아보고 구두로 확답을 받았다면, 채용계약 시 정규직 전환 확약에 대한 조건을 넣고 계약을 해야 한다. (나도 구두상으로 계속해서 계약직 후에 정규직 전환을 해줄 거라고 했었었다. 그러나, 끝내 그 일을 이루어지지 않았다.) 

둘째, 내가 속해있는 부서에 정규직 TO가 날 예정인지 꼭 알아봐라. 나중에 상황에 따라 TO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 이거는 그냥 참고만!

셋째, 계약직 경력이 쓸모가 있는지 판단해라. 내가 정규직으로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서 이 계약직 경력을 긍정적으로 쳐준다면 당연히 계약직도 좋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

만약 내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서 정규직이 되고 싶다면?

애초에 처음부터 계약직으로 들어가지 말라. 절대로.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들어가야 한다. 처음부터 계약직으로 들어가는 순간 정규직 전환이 되었더라도 승진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고, 무엇보다 계약직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없어지지 않는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알바에서 운 좋게 정규직까지 된 분도 있었고, 낮은 직급으로 들어왔다가 운좋게 높은 자리까지 온 분도 있었다. 근데, 내가 이 스토리를 어떻게 알고 있을까? 회사 소문 전파는 5G 속 도급이다. 그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오래된 회사 동료들이 '저 사람은 처음에 OO직군으로 들어와서 AA직급까지 달았다니까~' 이러면서 뒷얘기를 한다. 

그러니, 정말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다른 비슷한 분야의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이직 준비를 열심히 해서 공채로 합격해라. 그래야 회사에서 처음부터 좋은 이미지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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