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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한 생각(feat. 계약직만 5년 이상해본 내 경험)

by 모어댄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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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3년여간 9만명 정규직 전환…한국전력공사 8천200명

뒤이어 한국도로공사-한국철도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 순 2016년 4천명→2017년 1만명→2018년 3만7천명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최근 3년여 동안 공공기관(부속기관 포함)에서 9만명 넘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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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이 뉴스, 신문사 1면을 도배했다. 예전에 건보 도전했을 때에도 이런 비슷한 이슈가 있었다. 건보(국민건강보험공단) 외주업체인 콜센터 정규직 직원을 건보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한다는 얘기였는데, 그때도 많은 취준생들의 반발이 있었다.

이번 인천공항공사(인국공)의 이슈가 더 커진 이유는,, 인국공은 그야말로 넘사벽의 레벨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나도 인국공에 몇번이나 도전했지만 서류조차도 붙지 못할 정도였고, 여기는 그냥 SKY 출신에 토익은 거의 980이상이 되어야 하고, 자격증도 1급 위주로 있어야 붙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소수만 채용되는 이 시장에서 갑자기 협력업체의 보안검색요원1900명이 인국공의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니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취업문이 좁아졌는데, 더 좁아졌다고 느꼈을 것이다.

나는 5년 넘게 계약직 경험도 해봤고, 다시 취준생이 되어 공채로 정규직에 입사를 한 경험이 있으니 이 기사의 의견만큼은 그래도 나름 객관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협력사 정규직 전환의 취지는 존중하나, 방식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 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공채로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파견직으로 일을 했을 때는 나는 갑회사에 소속되어있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는데, 거기서 느껴지는 괴리감이 컸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지만, 심지어 같은 업무, 아니 갑회사의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일을 했지만 내 월급은 그들의 1/3 정도도 되지 못했다. 갑회사는 을회사 직원들에게 업무를 떠넘기기 바쁘고, 나몰라라한다. 일은 본인들이 다 벌려놓고, 막상 책임은 을이 진다. 정규직과 동일업무를 하는 경우에, 임금차별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계약직만 하다가 갑기업에서 팽을 당했다.

내가 근무했던 당시에도 계약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실현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뻔하다. 공채를 거치지 않고 계약직에서 바로 정규직 전환이 되는게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 충분히 공감한다. 내가 분노했던 이유는 회사에서 어린 사회초년생들을 정규직전환을 미끼로 이용하다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가차없이 버리는 이유 때문이다.

내가 실력이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왜 계속 정규직 전환을 해준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내게 기대감을 준 것일까? 당시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거짓말과 이기적인 행동에 상처를 받았었다. 

그렇게 부당해고를 당하고 나서, 나는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졸업 후에도 1년 반 이상을 취준에 올인했다. 그때만큼 열심히 취업을 준비한 적이 없었다. 그렇게 200곳 이상의 서류를 넣고 우여곡절 끝에 공기업 공채에 입사하게 되었다.

긴 취업문을 통과하면서 나 자신을 좀 더 내려놓고, 반성하게 되었다.

과거의 분노는 이해로 바뀌었다. 

그때 계약직이었을 때의 나는 정말 성숙하지 못했구나.

'나는 정규직과 동일업무를 하는데 왜 계약직만 하는걸까' 라는 다소 오만한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정규직 업무를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그때 했던 일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곳에서 업무를 계속 하다보면 '나 만큼 잘하는 사람은 없을거야'라고 자만심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오래한 업무라 익숙해진 업무를 나라서 잘하는거라고 떵떵거리기도 하고, 업무를 알려주지도 않고 후임들이 실력이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일부분의 일만 하면서도 잘한다고, 정규직만큼의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지금 정규직이 되고나서 든 생각은, 그때 내가 정규직 전환이 쉽게 됐었다면 이런 나의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내 실력으로 정규직이 된거라며 떵떵거리고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나의 행동들과 생각은 지금 생각해도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창피하다.

그렇게 예전 계약직 업무를 하면서 내가 했던 일들을 반성하며,  지금은 그렇게도 바라던 정규직이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아주 기쁘지는 않다. 정규직에게는 더 무겁고 복잡한 업무가 주어진다는 것을 계약직 때는 몰랐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 이런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사를 보고 현타가 오는 순간이 가끔 있다. 나도 만약에 몇년 전이 아닌, 지금 계약직으로 근무했으면 정규직 전환이 쉽게 되었을텐데,, 그때 처음부터 공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시작했더라면 더 빨리 정규직이 될 수 있었을텐데.. 이런 생각,,? 시간을 낭비한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튼,, 요즘 공기업에서 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취지는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무분별한 비정규직 고용은 우리 모두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직을 고용하되,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이 준다던지, 아니면 계약직을 10%이상 고용하면 세금을 왕창 때리던지 등의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듯...)

근데,,만약 내가 취준생일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 입장에서도 부당하다고 할 것 같다.

 

황덕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취준생과 무관"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5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비정규직인 기존 보안검색직원으로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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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공기업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하고 나서 공채 인원이 줄기도 했고, 기존에 전환하지 않아도 될 인력이 전환되면서, 정작 중요인력이 많이 뽑히지 못해 1-2명이 많은 업무를 감당해야하는 경우도 생겼다. 근데, 그런데도 위와 같은 기사가 나서 참으로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정말 공정한 채용을 원한다면, 공채와 동일한 환경에서 보되 협력사나 계약직으로 근무한 경우 가점을 주는 방식이 맞다. 근데, 이런 것들을 다 거치지 않고 바로 정규직 전환이 된다면,, 이건 지금 열심히 학교다니고 알바하며, 취업준비를 하는 대한민국의 취준생들을 농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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