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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취업성공패키지를 중단한 이유(취성패 중도포기, 취성패 쓰레기?)

by 모어댄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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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월 50만원 받으면서 취업준비하고 싶은 마음에 청년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를 도전한 적이 있었다. 나는 문자를 잘 지우지 않아서(사실은 지우기 귀찮음) 다행히 예전 기록들이 남아있다. 이런 기록들이 나중에 글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내가 취성패를 신청한 이유는 취업준비를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가족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상담사 배정을 받고, 초기상담을 받으러 지역인력개발센터 상담사를 방문했다. 상담사들이 있는 사무실에서 담당 상담사를 찾았다. 상담사는 축 늘어지고 취준생인 나보다 더 힘이 없어 보였다. 잠시 후 상담실에서 내 이력서를 스캔한다. 이것저것 이력서 관련 사항을 물었다. 나는 사기업이나 공기업으로 취업을 희망한다고 했다. 관련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필기에서만 잘 붙는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데, 상담사는 내게 이런 얘기를 했다.

'근데, 지원자분 생각보다 토익 점수도 낮은 편인거같아요. 아까 다른 지원자분은 지원자분보다 나이도 어린데 토익도 만점에 가깝고 그랬거든요..' 그리고 내가 자격증도 다른 취준생에 비해 부족하다고(자격증만 8개인데..)했다.

그러면서 내가 쓴 희망연봉은 너무 높은 것 같다고 기대치를 낮추라고 했다. 그 연봉은 절대 높지 않았고,  공기업 일반 신입사원 초임연봉과 비슷했다. (그리고 내가 관련 경력도 있고, 학위도 있는데 이 정도 받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상담사는 계속 너무 내 희망연봉이 높다면서, 좀 더 낮출 순 없냐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눈높이가 너무 높다면서, 중소기업들도 요즘 좋은 곳이 많다면서 그쪽을 추천했다. (중소기업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상담사는 내 분야와 관련없는 중소기업을 추천했다)

나는 그 시점에서 이 취성패를 계속 해야하나 고민했다. 앞으로 몇 회의 상담을 받으면서 계속 이런 소리를 들을게 뻔했다. 내 이력서를 교정해준다고 하는데, 그게 정답일까? 아마 중소기업에 맞는 이력서로 교정한 다음에 어떤 방법으로든 취업만 시키려고 할게 눈에 보였다.

내가 원치않는 곳에 계속 지원을 해야할거고, 매달 50만원씩 지원 받는 것은 좋지만 취성패를 하면서 내 자존감과 자신감이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그래서 집에 와서 다시 상담사에게 전화를 해서 취성패를 취소하고 싶다고 했다. 다행히 나는 초기상담만 받아서 취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보냈던 이력서와 내 개인정보 모두 파쇄처리해달라고 했다.

 

최근에 친구가 취성패 비슷한걸로 국비지원받으며 도움받고 있다고 하길래, 예전에 취성패 준비했던 게 생각났다. 그래서 취성패를 검색했는데 연관검색어가 '취성패 쓰레기'라고 떴다. 나는 나만 이런 감정을 느낀 줄 알았는데, 대부분 취준생들이 이런 기분을 느꼈구나... 지금은 그래도 라떼보다 더 달라졌겠지? 하면서 최근 기사를 찾아봤는데, 여전하구나...

2021.06.09 기사

 

2400억 투입된 취업지원 상담 내용이…"눈 높이 낮추세요"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코로나19(COVID-19) 장기화에 청년일자리 지원 예산은 대폭 늘었지만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로부터 취업알선을 위탁받은

n.news.naver.com

취성패 쓰레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진짜 얼마나 별로였으면 그랬을까 싶다. 국가에서 취성패를 하는 취지 자체는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근데 방법이 좀 잘못된 것 같다. 상담사들의 근로조건도 열악하니, 상담사들 입장에서는 취준생들의 희망연봉이 높게 보였을 것이며, 취업여부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방식일테니 일단 아무 곳이나 취업시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가끔 그때 내가 만약 취성패를 끝까지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끔찍하다.

나는 상담사의 끊임없는 가스라이팅에 결국 중소기업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사기업, 공기업에 지원해도 안될거라고 자신감 위축된 상태로 살았을 것 같다. 취준생 때는 그렇다.

자존감이 많이 낮아지고, 자신감도 없다. 돈을 벌지 못하는게 얼마나 서러운지 모른다. 

그래서 만약에 본인이 취업준비하는데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이 낮은 상태라면 취성패는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취업준비할 때 주변 영향을 많이 받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힘들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와같은 시기에 기로에 서있는 취준생분들이 있다면, 돈 보다 내 자존감을 먼저 챙겨줬으면 좋겠다.

나는 꼭 잘 될거라고! 나 스스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꼭 취업에 성공할거라고! 그렇게 다짐하면서 나는 과감하게 취성패 중도포기를 했다. 그리고 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내가 입사하고 싶은 곳에 취업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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